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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태우며...” 선생은 낙엽을 갑부는 로또를 태웠다.

by 한갑부 2019. 3. 13.

로또를 태우며... / 한갑부

 

 

토요일이 다가오면, 한갑부는 거의 매일 로또판매점을 돌지 않으면 안된다. 매주 하는 일이건만, 현찰 주고산 로또는 매주 당첨이 되지 않고 휴지로 변한다.

로또 일등 당첨이란 참으로 이세상의 사람들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은 꿈인가 보다. 오천원의 투자이건만 고민과 번뇌의 시중이 조련하지 않다.

 

일번 이번 사십오번 --- 제일 편한것은 자동이다. 자동이란 그냥 돈을 주고 '자동'외치기만 하면되는 것인데 추첨방송이 있기전에는 지갑속이 고이 접어 넣어 이 세상 무엇보다도 바꿀수 없는 소중함이지만 방송후 낙첨이 정해진 후에는 다시 거들떠 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아 처리가 곤란한것이 낙첨된 로또이다.

가령, 낙첨 열장을 모으면 이것을 다시 현찰로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니요. 주머니나 책상 서랍속에서 굴러 다닐라 치면, 너저분의 짜증과 '이게 모두 얼마여?'가 생각 나는 까닭에, 아무래도 낙첨 족족 그 뒷시중을 해야 한다.

 

지갑속에 매주 모아진 로또 뭉터기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불 붙인 끄뜨머리부터 전사지가 타들어가는데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내 코를 자극한다.

로또 타는 냄새처럼 사람 부아를 치밀게하는게 있을까? 현찰 타는 냄새가 난다. 피 땀흘려 번 돈 타는 냄새다. 라이터를 손에 들고는 다 탈때까정 우뚝서서 타는 로또를 바라보며 돈 타는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살기 싫음을 느끼게 된다. 전사지의 잉크 냄새는 손가락에 배서 어느 곁엔지 머리의 꼭지를 돌게 한다.

 

나는 그 냄새를 한 없이 싫어하게되면서 승질나는 무력감에 잠겨서는, 새삼스럽게 당첨금의 사용처를 머리 속에 띄운다. 술과 여자 그리고 꿈에 그리는 떼... 현찰 만원의 은은한 푸른빛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맘의 한 복판에 서서, 현찰의 껍질인 낙첨 로또를 태우면서 오로지 당첨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가난한 한갑부의 지갑은 벌써 꿈을 꾸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일까? 화려한 만원의 초록빛 기억은 참으로 멀리 까마득하게 사라져 버렸다. 벌써 아픔에 잠기고 실망에 젖어서는 안된다.

 

토요일이다. 로또의 날이다. 나는 낙첨 로또를 들고 현장의 구석자리에가서 낙첨되어 여기저기 번호를 맞추어본 흔적의 로또를--- 죽어버린 당첨의 꿈을--- 하늘로 태워 보내고, 엄연한 노가다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된다. 당첨의 영광이 있기에 또 사는 용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에 없이 엑셀로 로또 번호를 분석하고 혼자서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물론 이런 감격에서 부터다. 내 운에 맡는 번호를 찍는것도 즐겁거니와, 고생스럽게 눈이 아프도록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것도 기쁘다. 몬지 가득한 콘테이너에 웅크리고 앉아서, 찍어 놓은 번호를 어린아이의 감동을 가지고 바라본다. 반짝이며 빛나는 로또 용지속의 번호는, 그 무슨 신성하고 신령스런 물건 같다.

 

번호를 찍으면서 긴장되고 정성을 다하고 있는 내 꼴은 흡사 못 찾은 조상땅 십만정을 찾았을때, 그 십만정을 현찰로 바꿨을때와 같을는지 모른다. 나는 새삼스럽게 마음속으로 신께 마음을 바쳐 기도한다. 일등 당첨의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

 

좀 있으면 또 로또를 사러 가야한다. 안개 깊은 바다의 복판에 잠겼다는 듯이 동화 감정으로 마음을 장식하면서,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비울때, 바로 내가 일등당첨의 느낌이 난다. 일등과 낙첨은 별 다른 곳이 아니라 늘 오천원 한장 바로 그것인 것이다. 사람낳고 돈낳나? 돈낳고 사람 나기에 로또 일등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당첨과 낙첨--- 이 두 가지 속에 인생은 요약된다. 당첨의 의욕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것은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회차나 다 같은 것이기는 하나 요번주가 가장 가능성 있는것은 무엇보다도 당첨과 낙첨 이 두가지의 요인을 모두 초월해 위에 서기 때문이다.

 

현장 백호는 팍팍 파야하고, 담뿌는 슈퍼맨처럼 날라 다녀야하고, 갑부는 쉴새없이 움직여야 한다. 일번부터 사십오번까지 여섯가지 번호를 한줄씩 쪽지에 적어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당첨의 큰 그림에 떼를 붓질하며 집으로 돌아 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갑부가 되기 위한 첫걸음마라고 생각하면서, 그 꿈의 몽상을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 될것이라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다. 보일러 기름이 떨어져 싸늘한 좁은 내 방에 않아 뜨끈허게 노오란봉다리의 커피 한사발을 쩐지며, 그제까지 생각하는 것이 한갑부의 생각이다.

 

벌써 쓸모 적어진 전회차의 엑셀 분석자료를 뒤로하고 새로운 회차를 대비한 분석에 넣어야할 확률의 숫자를 궁리하고, 방구석에 침대를 대신할 현찰을 쌓아 놓고 큰 한잠을 자볼것을 생각하고, 구글어쓰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휴양지를 다녀볼까 하고 계획도 해보곤 한다. 이런 공연한 생각을 할 때만은 근심과 걱정도 어디론지 사라져 버린다. 확률과 씨름하고, 내 사주를 풀어 놓은 종이 앞에서 궁싯거리던 그 방에서, 개운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에 잠기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컴 앞에 붙은 채, 별일 없으면서도 쉴 새 없이 궁싯거리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면서, 생활의 일이라면 촌음을 아끼고, 가령 로또를 구입하는 것이 소비적이니, 비생산적이니 하고 멸시하던 것이 도리어 그런 생활적 사사에 창조적, 생산적인 뜻을 발견하게 된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시절의 탓일까? 돌아오는 토요일, 또 다시 로또 판매점에 들리고 싶지 않음은 일등 당첨을 확신하는 탓일까?

 

일등을 염원하고 간절히 소원하는 깊고 숭고한 마음과 뜻을 다하여 로또를 태우며를 작성했습니다.

신이여 한갑부에게 일등 당첨의 영광을 주십시요.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겐세이는 덧글로...

원작은 개나 소나 다 읽어본 낙엽을 태우며임을 사람이면 다 아실겁니다.

(고딩때 김독사랑 만화책만 본 한갑부도 이 수필의 원작은 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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