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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따른 장마가 계속되는 이유

by 한갑부 2023. 6. 27.

성종 9년 장마가 몇 달째 지리하게 계속되니
상께서
공조에 이르시기를 북악에 산천단을 쌓으라.
예조에 이르시기를 산천, 악진, 해독에 각각 3일씩 영제를 올릴 준비를 하라 명하시었다.
이에 천문과 현시에 밝은 노신 윤처례가 입궐
대전 뜨락에 엎드려 아뢰기를

폭우와 벼락 속에서 상께서 영제를 올리는 것은
불가하다.
영제의 영인 산신령 따위는 노신이 능히 제압하여 부릴 수 있으니 명 하시면 행 하오리다.
허나 천시를 바르게 하는 기청제는 가 하오니 예판에게 명하시어 행 하소서.
이보다 시급한 것은 인간사 음양의 이치
장마가 지속되는 이유는 많은 처녀들이 연분을 제때 찾지 못하여 출가하지 못한 한이 천지에 서려 있음이라.
시집가지 못한 한이 화를 일으켜 음의 기운이 상승 하늘에 먹장구름이 일고 땅에는 물로 음의 기운이 흐르니 병조의 장졸 중 미장가인 자들에게 반년치 녹봉을 더 내려 계집을 취하고 신접케 하소서.

이에 상께서 그대로 행하시었다.
노신 처례가 도성에서  영을 모신다는 무당과 박수를 찾아내어 수급을 베어 당집에 걸어 경계로 삼고
반년치 녹봉으로 신접살림을 차린 장졸 수천 인이 음기를 녹여내고
주상이 기청제로 천지의 기운을 맑게 하니
음기는 사그라들고 하늘이 밝아졌다.


주상께서 맑은 하늘 아래 좌정하시어 윤처례를 불러 어사주 삼배를 내려 치하하고 차후 경계를 하문하시니
처례가 답하기를

하늘과 땅은 조선의 것이요. 그 주인은 주상이시라.
감히 신이나 영을 참칭하여 그 제자라 내세워 말하며 나서는 자는 즉참 하소서
상의 심기를 헤아려 감언이설로 현혹하니 이는 망국으로 가는 첩경이오니 요설로 세상을 미혹하게 하기 전에 필히 목을 베어야 합니다.

물과 불은 가두고 열어 쓰는 것이라.
물인 계집을 단속하여 가두고
불인 사내를 풍족케하여 열면
서로이
새로이
만나 집안을 이루는 신접이 늘어나니
이는 국가의 기틀이라...
인간사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열매가 만들어지니 이가 백성입니다. 상께서는 이러한 가두고 여는 일을 어루고 살피심을 게을리 마소서.

천지에 맑은 기운이 있으면 나라가 성하고
천기에 탁한 기운이 가득하면 나라가 망하는 법
군주가
어려운 백성의 곤궁함이 없게 살펴 행하고
낮은 백성의 부당함이 없게 송사를 처결하고
부정한 관원이 없어 나라 안의 치수와 개간이 계획대로 행하여지면 어찌 탁한 기운이 성하여 장마가 있으리까.

윤처례가 읍하고 일어나 물러나니 천하가 고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