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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45점 유체역학

지곡서당 공부법

by 한갑부 2019. 6. 11.

) 지곡서당식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 「논어」를 월, 수, 금 주3일 수업을 들어요.

매주 월요일엔 지난 주 배운 편을 다 암송해야 해요.

시험을 볼 때마다 순(술술~)/(적당히~)/(거칠게 겨우~)/(간략히~)/() 로 평가를 받아요. 학이편은 그나마 좀 짧지만, 점점 장의 길이가 길어지죠.

쓰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음성으로 기억하고 음성으로 내뱉어야 해요.

지곡서당은 나이제한도 있고 남자들은 군대문제를 해결한 후 연속성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요. 저의 경우 나이 상한선에 걸려 겨우 들어갔고, 그만큼 늦은 나이라 암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뜻을 문제 삼지 않고 외우는 것만 하면, 여학생들을 못 이기죠. 여학생들이 나이가 상대적으로 적고 똘똘했거든요. 근데 이게 의심이 많으면 잘 안 외워져요. 뜻이 궁금해서^^ 한참 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 1년이 너무 힘들었어요. 요왈편 까지

다 배우고 나면 논어 전체를 외우는 시험을 봐야해요.

물론 통과 못하면 아웃이죠. 짐싸서 나가는 겁니다.^^ 책을 다 읽으면 책걸이도 해요.

「맹자」는 끝까지 쭉 읽는데 4시간 정도 걸려요.

판소리 완창하는 느낌이라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죠. 근데 사실 의심이 많아서 궁금하고, 시험 볼 때일수록 더 다른 책이 보고 싶고 그랬어요. 마지막에 1220일 즈음부터

한 달 동안 맹자를 다 외워야 했어요.

부분 부분을 다 붙여야 하는데 옛날에 허술하게 외운 부분이 중간중간 있으면 잘 안 돼요. 동기 6명 중 가장 늦은 때인 23일에야 다 외웠어요. 10년전 일인데, 제가 날짜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꽤 고생 많이 한 거죠. 그렇게 외우면서 1년 동안 중간에 나오면 수유너머 연구실 가보고 서당에 들어가면 한문 외우고 단순하게 그렇게 한동안 살았어요.

이상한 신비체험도 하게 되요. 내가 글자가 되지 않을까? 여기에 박혀있는 글자는 누가 박힌 걸까? 등등의...

그 때는 누가 맹자만 얘기하면 문장이 줄줄 나왔어요. 농담도 맹자 구절 갖고 하고요. 그랬던 때가 있었네요.

한문 공부의 맨 처음 단계가 외우는 거였어요. 물론 지금은 다 사라져버렸지만요. 그리고, 글자를 공부하고 나서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주중에 서당에서 공부를 하고 주말엔 수유너머 연구실에서 맹자 강독 세미나를 했어요. 암송을 위주로 했던 공부가 연구실 세미나를 통해 다르게 감수 되었어요. 고전문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같이 세미나에 들어오시기도 했는데, 그 덕에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었지요. 세미나 준비하면서 많이 공부가 되기도 했고요.”

문) 여기서도 원문을 무조건 읽으라고 하시죠.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라, 하나의 사유를 넓혀가는 과정 중에 하는 공부인데, 사유 없이 읽기만 하는 공부가 본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합리적인 문제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소리 내어 읽어라고 하는 건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읽어요. 천자문이 네 자로 된 한문구 250개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자구의 의미를 알려면 사서, 오경의 내용을 알아야 해요. 천자문이 단순한 글자 학습서는 아니란 얘기예요. 그럼에도 계속 소리 내어 읽으라고 하잖아요.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읽는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요. 의미는 나중에 따라와요. 文理가 난다는 말이 있지요? 읽어 보지 않은 한문을 봐도 술술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경지를 얻게 된다는 건데, 한문 공부하는 사람들한텐 참 매력적인 말이지요.”

) 고전을 암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암송과 관련되어 빼놓으면 안되는 지점이 이라는 것이죠.

‘經’에는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는 뜻이 있어요.

지구본의 위도, 경도에도 경이라는 말이 있지요. 경은 움직이지 않는 것,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 확정되고 나면 누구나 함부로 고칠 수 없는 것이 되죠. 지금 우리가 암송을 하는 이유는, 한문 공부의 효율성을 위해서이죠. 당시 학자들도 초학자에게 효율적으로 공부를 시키기 위해 글을 외우게 시켰겠지만 이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요. 지금 조금 비판적으로 음미를 해보면, 초학자들을 텍스트에 완전히 복종시키려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대한 진리는 성인들이 다 밝혀 놓았으니까, 그걸 배우는 사람들은 성인의 말씀을 한자도 틀리지 않게 잘 외는 일만 남은 거죠.

그런데 지금은 이 도 하나의 텍스트일 뿐이죠. 혹시 동양고전을 암송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도 텍스트와 지금의 자기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현토를 넣어서 글을 읽는 것은 또 경전을 우리 식대로 읽는 방법이긴 한데, 많은 경우 주희의 집주의 해석대로 글을 읽는 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해석은 해석의 해석인 거죠. 어떤 권위있는 해석자의 해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문장에 대한 해석 자체가 권위자의 해석에 대한 반복이 되고 말아요.

그렇다면 고전을 외는 건 꼭 부정적이냐? 그렇지 않아요. 문장에 대한 을 길러주는 건 텍스트를 외는 것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한문학 하신 분들 중에 家學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꽤 있는데, 제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그 분들은 뭔가 가지고 계신 게 그냥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나한테는 없는 뭔가를 체화(體化)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어요. 자료를 주무르는 힘이 있는 것 같죠.”

 

) 많은 책을 읽는 것과 반복적인 암송과의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반복적인 암송이 필요하다고 봐요. 논어」「맹자는 기본적인 중요한 텍스트인데,

기본적 지식을 암송을 통해 체계적으로 쌓아 놓으면 공부가 커지고 빨라지는 지점이 있어요. 전 그렇게 믿어요^^”

) 사서를 암송하고 바뀐 것이 있다면?

“^^ 살이 빠지고 머리가 빠졌습니다.^^”

지곡서당의 공부법을 알고 싶어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원문은

http://www.moontaknet.com/mt_webzine10_board/247669

 

문탁웹진 1.0 - (52호) '맹자'를 그와 함께

 

www.moontak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