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싫어 건축일 배웠고 자격증도 따고 경험도 쌓아 규모 있는 회사서 어린놈이 공사과장 계급장도 달아봤다.
IMF 그 한방에 무너지며
"일신상의 사유로 인하여 사직코자 하오니..."
불러주는 대로 사직서라는 걸 처음 쓰고 생계의 방편이 없어지며 모가지 날라 가던 날
충성 다한 회사를 향한 배신감에 18을 외치며 내가 이 회사 보다 더 크고 좋은 회사 들어가서 큰 소리 한번 친다고 대찬 꿈도 꿨었다.
다음날부터 이리 저리 이력서를 넣었지만 취업의 현실은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
두어 달 버티다 생활비 바닥나고 주머니에 마지막 남은 지폐 몇 장으로 깡소주 나발 불며 자존심 따위 자존감 따위 땅바닥에 집어 던지고 용역일 다니며 잡역부로 일했다.
사람 가치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던 시절
노가다 개잡부는 한사람이 아닌 한대가리였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조금씩 세월이 2번 변하는 시간
그럭저럭
주뎅이에 밥 떠어 넣을 자리를 잡았지만
13년의 과장질 끝에 차장 계급장도 달았지만
머리카락은 없어지고 노력에 노력을 더하였지만
무게감 없는 사내, 체모 없는 가장이 되어
먹기 위해 돈을 번다.
그러데 이제는 말석의 그 자리마저 위태롭다.
집에 가라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이제는 꿈, 목표 이딴 것도 없다.
현장에 서서 추위에 떨고 더위에 지치며 그나마 속으로 만지작거리는 꿈이라면 로또뿐이다.
그마저 자리마저 비우라고 하면
로또는 어찌 사고
밥숟갈은 무엇으로 들어야할지 아득하고 아득하다.
힘내라.
로또 단독 일등 먹는 그날까지
어떻게 해서든 안 짤리고 버텨야 한갑부 된다.
오늘 짤린 김차장 집에 가서 자라.
퍼지게 잠 잔게 언제인지 기억이나 하냐?
당신의 일신상 사유가 현장서 너무 뺑이치게 일해서라는 것을 안다.
왜 그토록 남의 돈 벌어주느라 고생했는지 모르지만...
푹 자고 내일쯤해서
조용히 둘이 뒤질때까지 소주나 마시자.
한차장이 살께~
그대 하도와 용역의 세상에서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좆뺑이쳤으니 아무리 작게 잡아도 최소한 사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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