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개새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님 : 자네에게 내세(來世:다음에 오는 세상)의 기회가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哲濬 : 다음 생에는 기필코 개새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스님 : 엉?
哲濬 :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하셨습니다.
이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말이지만
이 시대에 맞는 말로 풀면 하늘과 땅에 오직 사람처럼 귀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스님 : 맞네. 맞지.
哲濬 : 내세에 제가 개새끼로 태어나면
먹고 살기 어려워 부비부비도 힘든 헬조선에서
부모나 애들 밥상은 안차려줘도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오참, 후참, 야참 6번을 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귀하다는 사람이 가져다 잡수시라 바칠 것이고
지 새끼 기저귀에 똥 뭉친 것은 더럽다 하지만 개새끼가 방에다 똥을 싸지르면 세세히 살피며 유산균을 먹여야 한다 할 것이고
년놈들이 각방을 써 주인이라는 놈이 소파에서 자빠져 자는 일이 있어도 진짜 집주인이자 사람주인인 개새끼 잠자리야 킹사이즈 침대 가운데일 테고
혹시라도 독수공방(獨守空房)하여 외로움에 떨라 치면 바로 센타에 폰 때려서 품종과 족보로 이견 저견을 감별하여 시침(侍寢) 들 만한 귀견을 찾아 대령할 것이며
부모 임플란트는 비싸서 안 해줘도 병이라도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가 보험이 안 되도 카드할부로 끊어 치료를 해줄 것이고
개새끼 건강을 해칠까 두려워 매일처럼 산책가자 하며 품에 고이고이 뫼시고 모시어 나들이 다닐 것 입니다.
이리저리 굴러먹다 하루 쉬고 하루 놀며 견생(犬生)을 보내다 개새끼님이 졸(卒) 하시면
부모제사는 안 지내도 제사밥 뿐입니까?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힘들고
개새끼 모신 정이 사그라들까 두려워
큰 사진액자를 마련하여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받을 텐데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개새끼로 태어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스님 : ???
哲濬 : 부처님께서 극락세계(極樂世界)가 있다 하시며 업을 쌓지 말라 하시고 겁 주시기를 업을 쌓으면 짐승으로 태어난다하셨는데... 철준이 보기에는 석가여래께서는 생장하신 인도 쪽 서방극락만 뷰(View)하시고 중생구제의 업무가 바쁘시어 동방극락을 미쳐 뷰하지 못하심이 안타깝습니다.
전생과 후생이 있고 업을 쌓은 자 죽어 짐승이 된다는 구라는 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던 양구두육(羊頭狗肉)의 시절에나 통했지 지금의 헬조선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개새끼 팔자야 말로 하늘 위, 천상팔자로 사람이 알아서 부려지고 사람에게 각별한 모셔짐으로 공경 받는 한생이니 “개 팔자가 상팔자.” 바로 이겁니다.
그러니 내세에 태어나면 기필코 개새끼로 태어나 하늘, 땅, 사람보다 더 존귀한 개새끼가 되고 싶습니다. ^^
스님 : 이제 철준이는 죽기만 하면 되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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