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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리뷰

수작 짐작 작정 무작정 작량 참작 대작 자작

by 한갑부 2017. 7. 4.

개수작도 참작해야 한다. 못하니까 자작한다.

 

동네에서 하루 놀고 하루 쉬며 살아가시는 팔자 좋은 엑스맨이 만나자하는 술자리가 있었다. 이야기의 핵심은 한 재산 물려받은 엑스맨의 돈과 한갑부의 저급한 기술력이 만나 그림 한 장 크게 그려보잔다. 큰 그림은 더 빅 픽처(The Big Picture)The 정도는 붙여줘야 화끈하게 커 보인다.

이런 큰 그림의 이야기를 들어 얇은 귀의 가벼움을 이겨내지 못할 때 생각나는 말이 있다.

 

수작(酬酌)

 

수작의 잔 돌릴 수’ ‘술 권할 수’, “술 따를 작’ ‘잔질할 작이다. 건배를 외치고 잔을 부딪치며 술을 권하는 것이 수작이며 술잔을 주고받는 모든 행동이 수작이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수작 말고 조심해야 하는 수작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개수작이다. 마땅히 풀이를 하자면 강아지님과 겸상하고 앉아 술잔 받으라고 사람 따위가 아양 떠는 꼬라지 정도로 해두면 되지 싶다.

농염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 오빠 아~”하는 코맹맹이 소리로 적당한 선물을 요구하는 수작은 받아줄만 하고 즐겁기나 하지 “The Big Picture”의 허황됨에 나까지 그려넣으려 하는 개수작은 짜증나고 상대하면 성질 버리고 혹시라도 그림에 그려넣어 지기라도 하면 신세가 고달파진다. 그래서 짐작해야 한다.

 

짐작(斟酌)

 

짐작의 술 따를 짐’ ‘헤아릴 짐이다.

소주 마실 때야 병도 속이 보이고 잔도 속이 보여 헤아리기 쉽지만 빼갈 마실 때는 병도 잔도 속이 보이지 않으니 잘 헤아려야 한다. 속이 보이지 않는 잔에 술을 따르면서 헤아리지 못하여 반만 채워주거나 흘러넘치도록 따르면 피 같은 술을...”이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덧붙여 마지막 잔을 채우는 잔 고르기는 짐작의 절정이다. 모자라지도 가득차지도 않는 딱 그만큼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작정(酌定), 무작정(無酌定)

 

작정의 정할 정정한 것이 없으면 무작정이다.

모자라지도 가득차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짐작을 작정해야 한다. 얼만치를 따라야하는지 양을 정하는 작량(酌量)의 작정을 안 하고 무작정 술을 따르면 채워지지 않았으니 한 병 더의 외침이 뒤따른다.

앞뒤를 살펴 개수작 부린다고 짐작되어도 작정하지 않고 말하고 움직이면 상황을 망치게 된다. 잘 헤아려 짐작하고 작정해야 개수작을 피할 수 있다.

 


참작(參酌)

 

참작의 참여할 참’ ‘살필 참이다.

상대 잔이 비었으면 얼른 채워주어야 한다. 그리하려면 자주 살펴야 한다. 잔도 살피고 상대방 기분도 살펴야 참작이다.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상대에게 잔을 비우라 권하지 않는 살핌까지가 참작이다.

사내 생각에 어떤 술이든 술이라 이름 붙여져 몸을 적시면 충분하건만 앞에 앉은 여인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메뉴 펼쳐 알아보기도 힘들고 먹어 본적도 없는 포도색 술을 살며시 짚는다. 잘 살펴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거절해야 한다. 무작정 소주파임을 내세우면 좋아졌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무덤덤을 자초(自招)하게 되니 참작할 때다.

 

더구나 동네에서 존귀하신 엑스맨의 개수작이다.

강아지님도 술을 마시게끔 만든다는 엑스맨의 달달한 말에 제대로 작정하지 않으면 피하기 어렵다. 거기에 당분간 이사계획이 없으니 동네에서 내일도 뵈어야하는 엑스맨의 큰 그림에 그려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참작(參酌)의 비범한 계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수작은 힘들다. 짐작하고 작정하고 참작까지 해야 뒤탈이 없으니 말이다.

 

가운데쯤 살았으면 개수작에도 참작까지 할 줄 알아야 인생길이 편하다.

 

수작도 싫고 짐작도 싫고 참작은 더 싫다면

같이 만나 마시는 대작(對酌)을 피하고 집에서 나만 홀로 고요히 마시는 자작(自酌)하면 된다. 그럼 피곤함이 일시에 사라지겠건만 중년의 세상살이는 빅 픽처에 안 그려지는 방법도 가끔 짐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