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그만 지내기로 하고 문중 종손 장손 장남 자리는 사표를 냈습니다.

제사

한갑부 2024. 11. 29. 15:11

일단 명절에 화목하지 않습니다. 식구 모두가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명절 우리 집은 손님도 아니고 귀족을 모시는 식당인가 싶네요.

가부장의 끝판왕에 내 형제만 소중한 아버지 덕분에 작은 어머님이나 다른 집 식구들이나 그 누구도 음식 장만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버님 형제 8남매가 애들 포함 30명~40명 방문합니다.

사촌 형이나 동생들은 의례 접시 한 장을 안 나릅니다. 심지어 사먹는 음식은 정성이 없다며 모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명절은 어머니와 아내, 제수씨 저와 제 동생들은 파김치가 됩니다.

대부분 친척들은 아무것도 없는 빈손이 당연하다는 듯 와서 귀족 손님 행세하다가 집에 갈 때는 마련한 음식이나 선물로 들어온 과일을 탈탈 털어서 싸들고 갑니다.

아버님이 생전에 동생네 가족들이 뭘 가져가는 걸 그렇게 흐뭇해하셔서 그런지 이제는 이게 습관이 되어서 인지 제 플스며 스위치며, 닌텐도도 모두 사촌 동생들이 털어갔죠

심지어 제 청바지며 패딩이며 조카들이 달라고 하면 제 의지와 무관하게 저는 장손 큰 형님의 배포로 하하 웃으며 넘겼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은 겨우 가난하다는 소리를 겨우 면할 정도였고 아버지는 40대 초반 이후 돈벌이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장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친회, 선산 유지 등 고정 비용이 상당합니다. 종친회에서 받은 건 10원 한 장 없습니다. 종친 중에 선산 팔고 사기치고 나른 강아지 때문에 이장이며 납골묘 재조성하는데 십수 년을 수천 만원도 더 부담했죠.

코로나 이전에 사업이 잘된다고 소문나니 한 달에 두세 번씩 종친회 전화받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종친(?)들 취업청탁 및 돈타령 ㅠㅠ 사무실로 연락 없이 찾아와서

"내가 너희 증조할아버지의 사촌의 막내의 셋째 사위인데 블라블라.. ㅠㅠ"

돈은 명분에 따라 냈지만 취업 청탁 안 들어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호로자식 소리 듣고

툭하면 장손한테 때려죽인다. 선산에 불 지른다... 각종 패악질에 시달렸죠.

결론적으로 아버님 돌아가신 그해 바로 장손 사표 냈습니다.

종친회 가볍게 정리하고 인연을 끊었습니다. 전번 바꾸고 차단, 이리 간단한 것을...

아버님 형제들의 난리 부르스는 그래도 가족이니 정중하게 응대하려 하였습니다만

올해도 총대 메고 전화해서 욕이란 욕을 다하는 작은 아버님께

"저는 장손 사표를 쓸 테니 앞으로 작은아버님의 장남인 000이 장손입니다."

이랬더니

"가가 뭔 죄를 지었다고 장손노릇을 하냐! “

고 버럭이네요

"저는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라고 하니

머뭇거리다 "너희 아버지 아들인 죄"라네요 ㅎㅎㅎ흐

아버지의 요청에 못 이겨 매년 100 만씩 내던 형제계 회비는 유지해 달라기에 1원도 못 낸다고 거절하고 쌓인 게 많아서 앞으로는 연락하셔도 전화받지 않을 테니 용건이 있으시면 문자나 라고 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전화를 돌렸는지 고모들한테도 너를 업어 키웠더니 패륜아로 자랐냐는 둥 재미있는 문자가 오길래 다 차단 박았죠

그런 사실 없습니다. 그냥 놀러 와서 업어 준 수준이고 용돈 한 번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적응을 못하네요. 추석에는 제주 가서 오름이라도 돌아야겠네요

아무튼 이번 명절은 평화로움과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가족과 나를 위한 용기 있는 선택 장손을 벗어던졌다.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과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다가올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쌓여온 책임감과 불합리한 요구는 누구에게나 벅찬 짐이 될 수 있다. 당신은 그 짐을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가족에게 등을 돌리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 생각한다.

1. 명절은 가족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명절은 단순히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날이 아니다. 모든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길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당신의 결단은 가족이 즐겁게 명절을 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 책임은 나눠질 때 가벼워진다

장손이라는 이유로 강요되는 책임은 정당하지 않다. 가족 내 역할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누군가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전통은 재고해야 한다.

3. 스스로를 지키는 용기도 필요하다

종친회, 형제회비, 취업 청탁 등 외부에서 오는 요구를 거절한 당신의 선택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다. 자신을 희생하며 모든 것을 감당하려는 삶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4. 건강한 거리가 관계를 지킨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과거에 쌓였던 감정의 골이 깊더라도, 새로운 관계의 틀을 제안하며 서로의 삶을 존중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